3월 임시국회가 지난 3일부터 시작됐다. 농업계는 벌써부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활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농해수위가 3월 임시국회에서 2월 임시국회 때 ‘다음회’로 의결을 미룬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향방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업계 바람대로 농어업회의소법이 농해수위를 통과하려면 ‘농어업회의소가 관변단체화가 될 수 있다’, ‘농어업회의소가 기존 농민단체와 다르지 않다’ 등 농해수위원들의 이의를 푸는 것이 먼저. 이들 쟁점에 대해 정기수 국민농업포럼 상임이사와 김훈규 거창군 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오해’라고 밝혔다.
●관변단체 변질 우려? “자체회비로 독립” 지자체·정부 의존 아닌 농민 주도, 자립·독립성 확보 직접 정책 제안하고 만들고 집행할 수 있도록 보장
●또다른 농민단체? “위상·성격 달라” 법으로 보장받는 농민 대의기구 ‘정부·지자체 파트너’ 개별 농민·농민단체·협동조합 등 의견 수렴해 정책화
2월 23일, 농해수위 전체회의. 김영춘 농해수위원장은 “농어업회의소법은 소위(법률안심사소위원회)로 다시 반려하는 게 아니라 전체회의에서 보류 상태로 한번 더 숙려기간을 갖겠다”며 “다음 임시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발언했다. 농해수위원들이 농어업회의소법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면서 당일 농어업회의소법을 의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이 말한 ‘다음 임시회의’는 3월 임시국회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3월 임시국회에서 농해수위 일정은 정해진 바 없지만,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문제 등 여전히 농정현안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번은 전체회의가 소집되지 않겠는가”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의 전망대로라면, 3월 임시국회에서 농어업회의소법이 다시 농해수위 책상에 오르게 되는데, 2월 임시국회에서 농해수위원들이 밝힌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또다시 농해수위에 계류될 공산이 크다.
우선 농해수위원들은 농어업회의소가 관변단체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기초자치단체나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할 경우 농어업회의소가 관변성향의 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훈규 국장은 “농민들이 농업회의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농민들이 직접 회비를 내면서 책임지는 조직으로 농업회의소를 만들어오고 있는데, 이는 관변화에 대한 대비”라며 “과거에 농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행정에만 의존하다보니 관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오히려 농어업회의소를 통해서 행정의존이 아닌 농민들이 중심이 돼 정책을 만들고, 제안하고, 집행될 수 있도록 한다면 관변단체화란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정기수 이사도 “농어업회의소 운영을 지자체나 정부에 의존해서 하게 되면 관변조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농어업회의소의 자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회비를 받고 있다”며 “농업인 스스로가 회비를 내면서 농어업회의소에 참여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최근 거창농업회의소 등 높은 회비납부율을 봤을 때 관변단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농어업회의소가 기존 농민단체들과 다르지 않다’는 농해수위원들의 이견에 대해 정 이사는 “농민단체와 농어업회의소를 유사조직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라며 “농어업회의소는 농업계를 대변하는 대의조직이자 법과 제도로 보장받는 대표조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민단체와는 위상과 성격이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김훈규 국장은 “농업회의소는 개별농민, 농민단체, 협동조합 등을 포함해서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 의견들을 정책화하는 과정이 면밀하게 농민 주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때문에 농어업회의소를 농민단체처럼 특정농민만의 조직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가 필요할까. 김훈규 국장은 △대의기구로서의 정당성 부여 △소극적인 농어민 의사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지름길 △농수산 관련기관과의 유기적 역할 분담 △전국적인 조직의 체계화를 가속화 △농어민의 정책참여를 법적으로 보장 등을 제시했다. 김 국장은 “농어민의 의사를 수렴해 이를 정부정책에 반영하고, 또 정부정책 중 일정부분 위임받은 사항을 집행할 대의기구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며 “개방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농어민의 대의기구인 농어업회의소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