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회의소가 문 닫은 이유 ]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0-30 09:52 조회1,049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농업회의소를 소개하는 기사에는 으레 붙는 설명이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총 2011년 이래 7개 시·군이 농어업회의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태를 들여다보면 2017년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농어업회의소가 눈에 띈다. 2011년에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전북 진안군농업회의소는 2014년 1억원의 지자체 예산을 받았지만, 그해 지방선거로 지자체장이 바뀌자마자 다음해 예산이 1,000만원으로 삭감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군의회가 나서 6,000만원으로 예산을 의결했으나 군 행정에서 끝내 이를 집행하지 않았다. 회의소는 갑작스런 재정난에 사업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2016년에는 결국 농업기술센터 인근에 있던 사무실도 사라지고 말았다. 임종구 진안군농업회의소 회장은 “농산물 수입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유통마진이라도 없애 진안의 농민들이 농산물을 제값에 팔게 하고자 했다”며 “회의소에서는 그 방안으로 군내 농산물을 전주 등 인근 도시에 직매하는 로컬푸드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진안군 측은 “의결된 예산은 집행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긴 하다”면서도 “군에서는 농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길 원했지만 입장 차이로 이후 더 이상 소통에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의 입장은 달랐다. 예산 삭감 이후의 상황에 대해 “농어업회의소가 농업을 살린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이상 지역의 농민단체들도 힘을 모아줬더라면 좋았겠지만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며 농민의 자치활동에 미치는 지자체의 영향력을 시사했다. 그는 “군내 많은 농업계 인사들에게 회의소에 참여하길 설득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길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며 “각종 농업 보조금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입김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는 추측을 내놨다. 진안군농어업회의소 출범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인프라를 모으는 과정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이유는 회의소의 중립성이 지켜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농업을 위한다는 동기는 좋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망가졌다”고 말했다. 출범한 농어업회의소 가운데 가장 적은 참여율(지역 전체 농민의 약 4%)로 문을 연 전북 고창군농어업회의소는 지자체 지원금이 연간 2,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 계속되자 사무실만 유지한 채 실질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신연수 고창군농어업회의소 회장은 “고창의 경우 회비가 자동 납부로 들어오지만 인원도 적고 납부율도 낮아져, 작년부터는 1명뿐인 상근자의 급여도 제대로 주지 못해 결국 그만두게 했다”며 “일단 사무실은 남겨둔 채 법제화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농어업회의소를 그저 치적 쌓기 정도로 생각하고 그 뒤 관심을 주지 않는 지자체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그렇다고 상공회의소처럼 농어업회의소가 자력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