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법 개정 이후의 과제와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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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8-10 10:57 조회1,7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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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병옥 함안군농민회장
조병옥 경남 함안군농민회장
지난 7월 23일 농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부 진일보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농지문제를 정상화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상태로 통과됐다. 그간 농민들은 투기농지 몰수와 농지법 전면개정을 외쳐왔고, 지난 7월 30일에는 염천 더위에도 불구하고 세종 농식품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의 목소리가 정치권 인사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로써 이번 정부에서의 농지법 개혁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18번의 농지법 개정 과정은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온 역사였다. 동시에 농지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강화되고 확장돼 온 과정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농지를 농민이 아닌 사람도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농민들은 끊임없이 경자유전을 요구하며 농지법 전면개정을 요구했지만 한 번 터진 둑은 계속 확장된 것이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것인가’였는데 방울은 만들었으나 소리가 나지 않는 무용지물을 만들어 놓았다.
결국 농지법 개정은 더 많은 숙제를 남겼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남은 과제와 향후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정치권과 관료들 중심의 농지법 전면 개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농지에 대한 규제 강화는 ‘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농지법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후 개혁과제를 준비할 주체는 자연스럽게 농민들의 몫이다. 항상 그래왔지만 농민은 ‘농사만 지어서’는 안된다. 농업문제 전반에서 주체성과 책임성이 담보되는 활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둘째, 농민 중심의 농지법 개정안에 대한 자기주도성과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농지소유 예외조항에 대한 주요한 세 가지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 한다. 주말·체험농장, 상속농지, 이농자의 농지 소유 문제에 대한 구체안이 없으면 자기주도성과 권한이 막강한 저들의 손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셋째, 농민계급 내 존재하는 이해와 요구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개정안 마련과 통과 과정에서 지가 하락에 대한 우려, 거래 절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기득권자들의 설레발도 있었지만 현장의 농민들도 말은 하지 않지만 농지가(價) 하락의 문제는 주요한 쟁점이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중요한 것은 농민운동진영과 농민대중의 관점에서 농지법 전면개정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첫째, 농지문제 정상화를 위해서 범정부 차원의 입법 가능한 논의·합의 기구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정상화의 의미는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헌법에 보장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의 화두를 던진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이 화두를 안고 몇일을 논의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졌고, 지속적으로 부재지주가 확장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농지농용으로 전환하는게 현실적이다”고 주장하는 이와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의 접점은 쉬이 만들어지기 힘들다. 또 농지법에 관심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농지법 전면개정에는 합의하지만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동상이몽이다. 이처럼 농지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은 험난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농지문제 해결을 위한 대합의기구가 필요하다. 각계가 모여 현재의 문제점과 그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농지문제의 공공성 강화와 토지공개념(래디컬한)이 더욱 강화된 개헌이 필요하다. 차기에 어떤 정부가 도래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세대가 지난 1987년 체제의 헌법은 그 효용성에 있어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 개헌이 당위이고 시대적 요구라고 했을 때 농지문제에 대한 원칙을 다시 세워 헌법 문구로 정리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이미 2017년 4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농민헌법운동본부를 통해 다양한 논의와 합의의 과정이 있었다.
당시 정리된 농지에 대한 개정헌법안을 보면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농민과 농촌의 생활상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정리한 바 있다. 이처럼 변화된 조건과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하위법에서 그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법령이 정비돼야 한다.
셋째, 농지문제를 제대로 관리할 기구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시·구·읍·면 별 농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농지취득자격을 심의하겠다는 것인데, 2009년 폐지된 농지관리위원회의 재탕이 될 가능성도 높다. 농민들은 국가의 식량주권 보장의 측면, 농지 보존의 문제, 직접지불금의 강화 등의 진화된 농정을 위해 농지를 제대로 관리할 농지관리청(직불청)의 신설을 주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인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아닌 기존 한국농어촌공사 및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들의 기능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새로운 기관으로 흡수 통합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향후 농지전수조사를 실행하게 되면 농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로 집적되고 이 정보는 직불금과 연동돼 있으며 농민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로 개편될 것이다.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적정 농지보존 측면에서 현재와 같은 개발, 전용문제와 대립 될 수밖에 없다. 농지관리청은 농지전용 문제에 대해서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농지의 유지 관리 보전을 위한 문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차후 세대를 위한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우리는 국가가 나서서 가장 많은 농지를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다원화된 행정체계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농지관리청은 진화된 형태-정보의 통합, 농지 관리, 보전, 직불업무, 경영체 관리 등-의 농지관련 전반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 농지관리청은 행정은 물론 지역의 민간참여도 법률로 강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지특별사법경찰(농지특사경) 제도 도입이 목전에 있다. 현장은 ‘진짜농민’과 ‘가짜농민’이 갑을관계로 얽혀 만신창이다. 직불금을 가짜농민이 수령하는 이 기괴한 현실, 양도세를 면제받기 위한 위장농민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을 국가는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농지특사경으로 부정행위를 차단하겠다고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정부는 농지특사경의 권한을 시·구·읍·면 공무원으로 한정하려 한다. 사실 이들은 농지업무를 잘 모른다. 그리고 업무과다로 농지실태조사조차 힘들어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민들과 대면해야 하는 그들에게 경찰 노릇까지 하라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농민단체 등에게 그 권한을 주어야 한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전농 제주도연맹이 농지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농지법 위반자, 직불금 부당수령자 신고를 받고 있다. 이들이 특사경 역할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농지의 문제는 얽히고 설킨 고르디우스 매듭이 된 지 오래다. 얽힌 실타래를 푸는 일은 어느 한 고리를 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농민의 규정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당연히 농지 이야기가 나오고 농민기본법을 이야기하면 농지문제가 나오게 돼 있다. 농지법 개정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가 하락 문제가 나오고, 농업진흥지역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개인 재산의 피해가 문제된다. 이처럼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 농민들 또한 이 문제에 어떤 입장에 설지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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