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면 그냥 아프고, 많이 아프면 도리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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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2-21 15:37 조회2,1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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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시는 부모님은 이 자식이 거창으로 농사를 지으러 간다 하니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셨다. 명절마다 거창의 과일이고 소고기를 한차 가득 싣고 올 때마다 그것이 그냥 그렇게 맛있다고 좋아하셨고, 하는 일에 대한 안부도 기쁘게 물으셨다. 그러면서 언제 다시 부산으로 돌아올 것인지를 항상 물으셨다. 자식은 농촌으로 갔지만 부모님은 정녕 보내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 물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을 때까지 이어졌다. 자식 둘의 장래를 위해 지금의 나보다 더 젊었던 시절 고향인 농촌을 등지고 낯설은 도시로 나섰던 부모의 입장에서 농촌은 여전히 사람이 살 곳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물음이 그친 것은 셋째인 막둥이를 낳고 나서부터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도 자식 셋 낳을 때까지는 선녀옷을 내주지 않아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는데, 마음 약한 나무꾼이 아내를 가엾게 여겨 선녀옷을 내어주는 바람에 아이 둘을 안고 홀라당 올라가 버렸다고 했지 아마. 부모님의 포기였을까, 아니면 자식 셋 낳고도 그곳에서도 살아갈 만한 곳이니 그러려니 사는구나 싶은 부모님의 위안일까. 여하튼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은 자식의 그 막둥이 아들자식이 농촌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아내는 요새 이 자식 때문에 좀 심란하다. 아이의 성격 등을 생각하니 적응된 기존의 어린이집을 그대로 다니는 것이 좋을 듯 한데, 그곳은 아이들이 너무 줄어들었고 그간의 마음 고생도 있었다. 제 누이가 다니고 있는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자니 아이의 소심한 성격이 걸리나 보다. 양쪽의 어린이집에서 서로 잘 돌보겠다며 아이를 꼭 보내 달라 하고 있으니 엄마 된 입장에서 더 복잡하다. 세 자녀에 맞벌이 부부, 뻔한 소득수준이라 어느 어린이집을 간다 해도 입소 1순위에 가까운 자격은 가졌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어디를 못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곳이든 아이들이 너무 줄어 어린이집의 존폐 여부가 달렸으니 아이 있는 집을 향한 구애가 유난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매일 지나다니는 마을 근처의 참 예쁜 어린이집이 어느 날 노인요양원으로 바뀌었다. 다 그대로인데 딱 그 글자, ‘어린이집’이 ‘요양원’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시설 내의 자격을 가진 이들의 이동과 내부조건은 알 수 없으나, 겉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랬다. 노란 승합차도 이름을 바꿔 운행을 하고 말이다. 1년 전에 어린이집이 1,400개가 늘고 노인요양원이 1,000개가 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우리 마을 앞 어린이집의 변화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지역 거창엔 최근에 6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해서 장애인시설을 겸한 노인복지회관을 건립했다. 아울러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병원이 ‘지역의료기관 지정’ 반납을 통보했다는 뉴스가 지역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의료진 구성이 어려운데다 경영난까지 겹쳐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역 응급의료기관 지정 반납’은 야간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40년 전에 농촌에서 도시로 떠났던 우리 부모님은 농촌이 왜 싫으셨을까? 도시를 향한 강한 갈망은 농촌에 대한 큰 불안감을 덮는 데 충분했을 것이다. 그 자식이 다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들어간다 했을 때 부모는 당연히 ‘그곳이 어딘데 감히!’ 라고 여기며 이내 곧 돌아올 것이라 여겼지만, 명절마다 귀한 과일과 소고기를 끊어 제 차에 싣고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농촌도 이제는 아이 셋 키우면서도 살 만한 곳이구나’ 여기실까? 다 큰 자식 일이니 그냥 포기하고 그러려니 하실까? 그러나 국가는 정말로 농촌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렇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밤중에 아프면 그냥 아파야 하고, 있는 응급병원도 문을 닫아야 한다니, 이는 어린이집 문 닫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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