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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이 억울할까? 닭이 억울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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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8-28 11:06 조회1,0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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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칼럼] 계란이 억울할까? 닭이 억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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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규(경남 거창)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이 가장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아이가 더 억울하다.

아침 밥상에 제아무리 맛나고 좋은 반찬을 내놓더라도 아이는 항상 말한다. “엄마! 계란후라이 해줘!” 솔직히 말하면 엄마가 분주하게 출근해 버린 후, 아빠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의 빈약함을 애써 감추는데도 “아빠가 오늘은 계란후라이 해줄게!”라고 호기롭게 말을 던지면 아이들은 환호를 한다. 더더욱 냉장고에서 비울 수 없는 식재료이고, 장바구니에선 절대 뺄 수 없다. ‘아빠는 요리 실력이 별로’라는 억울함에서 구제해줄 식재료는 라면 다음으로 계란이 유일하다.

지난 조류독감 파동 때 피해를 비껴간 우리 지역 산란계 농가의 최근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물론 이번 살충제 사건도 피해갔다. 지난번에는 상대적인 계란값의 상승으로 애써 웃음을 감추는 듯 했지만 이번엔 사뭇 다르다.

대통령의 입에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란 지시가 나왔고, 소비자의 원성과 불신의 표현 방법이 축산당국을 넘어서 축산농가와 업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 이 와중에 농가에 대한 직접 관리를 담당하는 농식품부와 유통 이후의 검사와 관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간의 책임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시끄럽다.

소비자의 시선이 다시 농장으로 몰렸다. 흙 목욕을 하는 닭에 대한 예찬과 케이지에 가둬 공장식 사육을 하는 농장주에 대한 비판에 날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농장주의 해명과 억울함에 대한 호소는 익히 많이 들었던 울림과 사뭇 다르게 들린다. 더 혼란을 주는 것은, 38년 전부터 사용이 중지되었다는 DDT라는 독성 농약의 성분이 발견된 계란은 흙 목욕을 내내 즐기는 닭이 살고 있는 농장에서 생산된 것이라 하는데, 도대체 이 시점에서는 ‘토양(흙)’에 그 원죄를 다시 물어야 하는가, 아니면 당시에는 뭣도 모르고 오직 ‘이’를 잡기 위해서 사람에게 뿌려대는 데 익숙했던 소독약의 놀라운 반감기를 되새겨 볼 것인가.

이왕지사 뭐가 먼저 문제였던가를 따지기 시작하니 다시 궁금해진다.

누가 닭을 ‘그딴 식’으로 키우라고 했던가를 따질 것인가. 계란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려면, 대량으로 구입을 원하는 업체 곳곳에 값싸게 공급을 하려면 그렇게 키우지 않고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효율적이고 과학적이라 일컬었던 축산과 유통정책에 대해 모조리 ‘적폐’로 규정하고 칼날을 휘두를 것인가. ‘친환경 인증’이란 딱지가 소비자의 안정성보단 농가의 수익에 기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 인증기관이 또한 소위 ‘농피아’라는 관계에 집중돼 있었으니, 이제는 굳이 똑똑한 소비자가 아니라도 다 드러났으니 다행이라 여기고 해결하고자 의지를 불태워야 할 것인가.

소비자는 항상 억울하며, 매일 빠지지 않고 계란후라이를 즐겨먹는 내 아이가 가장 억울하긴 하니, 그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낱낱이 드러내고 해결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농장의 닭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생산자인 농민들을 생각해 본다.

무엇이 먼저라 할 것 없이 닭과 계란의 그 아름답고 자연스런 생명의 순환이 오로지 목적이자 전부인 생산자들에게는, A4용지 한 장 크기의 케이지에 들어 앉아 오직 알 낳기에 평생을 바치는 그 슬픈 닭이든, 햇빛 아래 마음껏 흙 목욕을 즐기는 실로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며 계란을 생산하는 닭이든, 어느 놈이라도 다 중하지 않을 것인가.

미리 언급한 결론에선 사람이 가장 억울하다 했지만, 아! 이야기가 돌고 도니 ‘대가리’가 항상 서럽게 표현되는 그 닭들이 가장 억울하다고 목을 빼고 외치고 싶다. 칼럼을 마감하는 오늘 새벽에도 어느 횃대에 올랐는지 이웃집 닭은 울고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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